KBO 리그에서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 시즌 세이브 기록도 눈에 띄게 변화해 왔습니다. 시대별로 경기 운영 방식과 투수 기용 전략이 달라지면서 세이브 수치 또한 일정한 흐름을 따라 진화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시즌별 KBO 세이브 기록의 흐름을 분석하고, 각 시대별 특징과 변곡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980~1990년대: 세이브의 태동기
KBO 리그가 출범한 1982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마무리 투수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투수 운영은 선발 완투가 일반적이었고, 경기 중반 이후에 등판하는 불펜이나 마무리 투수의 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에 따라 세이브 기록 자체도 매우 적었고, 한 시즌 15~20세이브만으로도 리그 최고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었습니다.
1985년부터 공식 세이브 집계가 시작되었으며, 초창기에는 조계현, 김성한, 김용수 등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세이브라는 개념을 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마무리 투수가 아닌 선발 투수가 구원으로 나와 세이브를 기록하는 경우도 잦았고, 투수 교체에 대한 전략이 명확하지 않아 기록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정민철, 임창용 등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등장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세이브 경쟁이 나타났습니다. 이 시기부터 세이브 수치가 서서히 상승하며 시즌당 25세이브 이상이 상위권 마무리 투수의 기준이 되어갔습니다.
2000~2010년대: 마무리 투수의 전성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KBO 리그는 명확한 투수 분업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확실히 자리잡았습니다. 이 시기는 마무리 투수의 ‘황금기’라 불리며, 리그 전체 세이브 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손승락, 오승환, 정우람, 봉중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투수들이 등장하며 매 시즌 30~40세이브를 기록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 중 하나는 마무리 투수가 단순히 경기를 마무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팀의 승리를 지키는 '클로저'로서 전략적 비중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오승환은 2006년 47세이브를 기록하며 KBO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고, 이는 2023년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입니다. 이 시기에는 경기 후반의 마무리 전략이 매우 정교해졌으며, 세이브왕 타이틀이 곧 투수 가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팀 전체의 세이브 합계도 꾸준히 증가했고, 시즌 1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구단도 등장했습니다. 경기 운영에서 리드를 지키기 위한 ‘필승조’ 구성도 세이브 증가에 큰 역할을 했으며, 블론세이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대 이후: 전략의 다변화와 수치 변화
최근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이브 수치는 다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마무리 투수의 기용 방식이 더욱 유연해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9회 리드 상황이면 무조건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던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경기 상황에 따라 7~8회에 먼저 필승조를 활용하거나, 세이브보다 전체 투수진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2022년과 2023년을 기준으로 볼 때, 세이브 40개 이상을 기록하는 투수는 드물어졌고, 리그 전체 세이브 기록도 이전보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는 타고투저 현상, 경기 중반에 점수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 증가, 팀 간 실력 격차 확대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세이브보다 '홀드'와 같은 중간계투 지표가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마무리 투수도 특정 선수 1인에게만 의존하기보다는 두세 명이 돌아가며 맡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반의 야구가 대세가 되면서, 마무리 투수의 고정 개념 자체가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이브는 팬과 선수 모두에게 ‘마지막 승부를 책임지는 투수’로서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이브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시대별 야구 철학과 전략, 팬 문화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초창기의 실험기부터 전성기, 그리고 현재의 다변화 전략까지, 세이브 수치는 KBO 리그의 성장을 함께해 왔습니다. 향후에는 지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세이브의 개념과 활용법이 바뀔 수도 있지만, 마무리 투수가 승부를 끝낸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즌별 세이브 기록은 곧 리그의 역사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야구의 진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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